Korea venture investment coroparation KVIC NewsLetter 2020

October 2020-12호

2020.10.5 발행

Opinion, Column

스타트업의 성장과 '인사·노무 관리'

박용호 노무법인 조율 파트너/공인노무사

스타트업 경영의 딜레마

뉴욕의 예시바 대학교 심스 경영스쿨 학장인 노암 와서먼(Noam T. Wasserman)1)은 하버드 경영대학원(HBS)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스타트업 기업들을 인터뷰 한 데이터를 분석해 『창업자의 딜레마』2)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에서 그는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보편적인 함정과 대처방안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와서먼은 특히 인간관계에 집중하며 창업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딜레마를 창업 전/창업 팀/창업 팀 이후의 시기로 구분하여 분석했는데, 창업과 관련된 직접 이해 당사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제외한 유일한 딜레마가 바로 '채용', '승계'와 같은 인사·노무 관리의 문제라고 분석하고 있다.
와서먼은 3,600개가 넘는 숫자의 기업 분석을 통해서 언제, 어떻게 사람을 고용하거나 정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스타트업 성장의 뼈대를 이루는 사안인 창업 시기, 창업 팀의 구성, 투자자 유치를 통한 성장 동력 확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실제로 창업 준비 단계나 사업 초창기에는 대부분 동업자, 전 직장 동료, 가족 등 목표와 경험을 공유하는 공동 창업자들로 조직이 구성되기 때문에 인사·노무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오로지 외형성장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나 초기 안정화 시기 이후 외부 투자를 받거나 펀딩으로 급격한 성장을 하면서부터는 구성원이 다양해질 뿐만 아니라 적시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여 사업을 성장시켜야 하기 때문에, 채용이나 퇴직, 업무 인수인계 등 그동안 미뤄왔던 각종 인사·노무 관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전문가 없는 스타트업에 인사·노무 관리는 큰 부담

우리나라의 노동법 체계는 기업에 재직 중인 직원 규모에 따라 적용되는 범위가 달라지는데, 특히 5명, 10명, 30명, 50명으로 규모가 늘어날 때마다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근로자참여 관련 법률 등 지켜야 할 노동 관련 법령의 범위도 증가하게 된다.
고용하고 있는 직원이 1명이라도 있다면 직원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계약 조건에 따라 직원의 4대 보험 가입도 해야 하며,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을 매달 일정한 날짜에 지급해야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퇴사했을 때는 퇴직금도 지급해야 한다.

일상적으로 초과 근무가 이뤄지는 데 반하여 인사관리 전문가가 없는 성장기의 스타트업 특성상 급여 지급이 불투명하거나 급여를 포괄적으로 정하여 지급하는 경우, 향후 다툼이 생길 여지가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적절한 채용공고를 내고 면접 절차를 진행해야 하며 합격을 통보한 뒤 출근까지의 기간, 본채용 전 수습 기간 등 입사 과정에서 채용을 철회할 때에도 다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직이 빈번한 스타트업 시장에서 해고를 다투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창업 팀 이후 분야별 전문가들을 충원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 문제가 발생한다면 최근 정부의 근로자 보호 정책을 생각할 때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전문기관․전문가 통해 인사·노무 관리 대비해야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토양에 대한 실험, 연구용역이나 관련 장비를 판매하는 스타트업 A사는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서면서 국내․외에서 전문 연구 인력과 영업 담당 직원을 충원했다. 매출 성장과 시장 확대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던 A사는 인사·노무 담당자가 따로 없었고, 창업자 집단도 연구 인력 출신이라 조직 관리에 경험이 부족한 상태였다. 따라서 연구용역을 위해 자주 출장을 다니던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연차유급휴가 관리나 보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결국 급성장을 이룬지 1~2년 만에 성장기에 채용한 직원들을 중심으로 시간외 근로에 대한 보상 요구가 발생하였고, 퇴사하는 직원들로부터 재직 중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를 수당으로 보상해 달라는 민원도 제기되었다. 자체적으로 해결할 여력이 부족했던 A사는 당면한 문제 해결과 함께 적절한 인사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여 인사·노무 전문기관에 문제해결을 의뢰했고, 전문기관은 A사의 근무 형태에 적합한 근로시스템과 급여체계, 적정인원 산정 및 휴가관리 방안을 제공하고 자체적으로 인사관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창의적인 기술, 지식을 갖춘 인재를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커지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성장 속도에 맞게 조직의 적응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에 따른 인사·노무 관리 원칙과 계획을 잘 세워 놓아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은 성장단계에 따라 단기간에 인사·노무 업무의 우선순위와 중요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에 맞는 관리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
기업이 처한 여건과 상황에 따라 주요 관심 분야와 대처해야 할 법률적 과제가 달라지기 때문에 조직이 본격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면 즉시 인사·노무 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거나 외부 전문기관의 협조를 구하는 등 경영지원 분야의 업무 세분화를 고려해야 한다.

적절한 인사·노무 관리로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중소벤처기업부가 2020년 '창업지원사업'에 참여한 스타트업 49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스타트업 환경변화 설문조사'3) 응답 기업의 42.5%가 코로나19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라고 보는 기업의 64.6%는 환경 변화로 신규 사업·아이템 발굴이 가능해졌고 '비대면 연계 서비스(홈코노미, 온라인 교육 등) 산업 확대'(40.0%)가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상투적으로 쓰는 표현 중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이 있다. 같은 출발선에 섰던 스타트업 기업 중 상당수가 처음으로 되돌아가거나 제자리를 맴도는 상황이라도 변화의 파도 위에 올라탄 회사에게는 급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인사·노무 관리를 통해 우수한 인재를 확보·유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스타트업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량을 발휘하여 스타트업의 성장을 통한 한국 경제의 회복을 기대해 본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