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venture investment coroparation KVIC NewsLetter 2020

May 2020-03호

2020.5.18 발행

Opinion, Column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변화
제대로 확산시킨 코로나,
그 이후의 뉴노멀?

유정호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
  • 코로나 이후,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붕괴되며 미국VS중국 대결 구도 새로운 국면 전환
  • 탈글로벌 위한 4차 산업 경쟁-자동화 디지털‧시민 디지털‧밸류체인 디지털
  • 동남아 시장,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 커

뉴노멀 시대의 도래

코로나 이후 여러 기관과 미디어에서 다양한 근거와 함께 '뉴노멀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필자는 폭넓은 현상 파악보다는 본업에서 바라볼 수 있는, 그중에서도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춰보고자 한다. 유튜브 시대에 걸맞게 철저히 개인적인 관점을 '썰'로 풀고자하는 점 미리 양해를 부탁하며 시작하고자 한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Global Supply Chain, 연쇄적인 생산 및 공급 과정)의 붕괴 현상'이 가장 크게 다가오는 키워드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 전반에서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코로나 사태 전후로 변화의 증폭을 피부로 느끼는 가장 가까운 단어는 단연 이것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세균 전쟁으로 번진 미국VS중국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일단락되는 것 같더니 코로나 사태가 그 논의에 완전히 불을 붙였다. 실은 10년 이상(길게는 100년 가까이) 세계 무역 시스템과 달러 중심의 통화주의에 대한 갈등은 꾸준히 대치점에 있었다. 아시아가 공장이 되어 팔고, G7(미국)을 위시한 열강들이 소비한다는 세계 무역 시스템의 한계가 임계치에 달하는 순간 세균 전쟁이 터져버린 꼴이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불투명했던 산업 강국들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은 바이러스에 의해 물리적으로 운영 불가능한 수준까지도 대비해야 할 상황에 이르러 향후 서플라이 체인은 크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담론의 핵심에 있는 미국과 중국은 앞으로도 자국의 경쟁력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힘겨루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자연스럽게 산업 강국들은 미루었던 핵심 산업들의 주요 생산/소싱 기지 상당 부분을 자국으로 재분배, 유사시의 미래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가 가속되면서 두 가지 변곡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첫 번째가 탈(脫)글로벌을 위한 각계적인 4차 산업 경쟁이며, 두 번째가 동남아시아 시장과 동아시아 시장의 관계성 변화이다.

탈글로벌을 위한 4차 산업 경쟁

첫 번째부터 살펴보겠다. 4차 산업의 투자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말은 좀 뻔할 수도 있지만,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한국 시장에 좀 더 적합한 '디지털 키워드' 세 가지를 떠올려 본다면 다음과 같다. '자국 핵심 사업의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자동화 디지털',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시민 디지털', '경제 참여자 확대를 위한 밸류체인 디지털'이라는 3가지 테마다.

'자동화 디지털'은 신흥국에 의존하던 비용 효과나 시장 접근성을 상쇄할 정도의 생산성을 달성하기 위한 변화이다. 한국의 경우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무선 설비관리, 스마트 파밍(Smart Farming), 생산 로보틱스/인공지능, 스마트 물류 등이 첫 번째 혁신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업이 강한 국가들은 디자인 AI, 전문문서 AI, 금융 AI, CS(고객 응대) AI 등이 그 우선순위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한다.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투자가 가속화될수록 안타깝게도 사회 계층의 불평등, 빈부격차는 각오해야 할 핵심 과제이다. 역사적으로 큰 변혁을 거친 후에는 필연적으로 계층 간 격차를 야기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시민 디지털'이다. 이는 불평등 속에서도 강한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목표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먼저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보건 의료 접근성을 해결하고, 부풀어 오르는 비용을 방어하여 사회 전반적인 계층에 기본 서비스가 보급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원격 진료, 모바일 건강 인증 시스템,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온라인 의약품 플랫폼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노년층의 급격한 사회 단절을 해소하고 보다 장기적으로 경제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디지털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 자동자산 관리, 사회 재취업을 위한 스마트 교육 시스템, 시니어(은퇴자) 전문가 파견 플랫폼, 조합형 실버 커뮤니티 등을 예를 들 수 있다.

'밸류체인 디지털'은 보통의 전문가도 경제 주체가 될 수 있는 영역이다. 우리는 이제 SNS상으로 누구나가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될 수 있고, 매스 플랫폼(Mass Platform)을 통해 암묵지적 콘텐츠를 24시간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커머스(E-commerce) 상에서 '자신'이라는 브랜드 자산과 상품 기획 역량만 있다면, 생산부터 유통을 포함한 기타 활동들은 플랫폼 기업들이 도와 줄 것이다. 교육 분야나 콘텐츠 분야에서는 누구나가 인스트럭터/창작자가 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이 갖춰졌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지식이나 아이디어의 수익은 개인에게 귀속되고 플랫폼 기업들은 적소에 유통하는 활동에만 집중을 하게 될 것이다. 내수 시장의 새로운 가치 창출은 상당 부분이 기존 대기업에서 수직계열화 하고 있었던 '가치사슬의 분해'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동남아-중국과의 관계 더욱 밀접해질 것

동남아시아 시장과 동아시아 시장의 관계성 변화는 다소 복잡한 문제이다. 논의의 핵심은 상당수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외국인 투자와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데, 세계 교역 관계가 수정될 경우 자생적으로 대응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관광 산업이 무너지면서 자국에서의 생산량 증가를 어떻게든 높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중‧일의 역학 관계로 가치사슬이 엮여 있었던 동남아시아 시장의 구조가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동남아시아는 중국과 일본, 한국을 적절하게 견제하며 외교무역 정책을 펼쳐 왔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한국과 일본의 핵심 제조 시설에 대한 투자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확장 기조를 벗어날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뿐이며, 중국이 자국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중간재/반제품 생산망을 동남아시아로 전환하고자 하는 니즈와 맞아떨어진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 과잉 생산설비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10년 동안 가장 빠른 설비투자를 단행해 왔다. 그뿐 아니라 1차 산업의 견고한 무역 관계 역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 1차 산업 생산물의 최대 수입 국가이다.

중국, 대(對)동남아 투자 기조 디지털 인프라 투자로 전환할 것

두 번째로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대 동남아시아 투자 기조가 자원/인프라 외교에서 디지털 인프라 투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 있다. 동남아시아 상당 국가들이 모바일 경제권으로 이동하면서 '디지털 퍼스트를 통한 사회 인프라 구축과 도시화의 빠른 달성'을 전략으로 앞세우고 있는 가운데, 많은 부분 중국의 사례에서 힌트를 찾고 있다. 그뿐 아니라 중국 테크 공룡들은 그 시장 지배력을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실리적인 동기도 있다. 공룡들은 Google과 Facebook이 독점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영향력을 견제하며 호시탐탐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중국이 대 동남아시아 전략을 위와 같이 전개할 경우, 지금까지 정부/제조업 기업들에 의한 투자에 더하여 IT기업들과 VC/PE 자본들의 유입이 그 뒤를 이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벤처투자 영역도 대폭 변화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지금까지는 주요 도시의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컨슈머 인터넷이 메인이었다면, 앞으로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통해 실질적인 내수 경쟁력을 제고하고, 동시에 정부나 법인 등 명확한 지불 능력이 있는 사업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신(新)남방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

구체적으로는 금융 인프라를 혁신할 수 있는 핀테크(Fin-tech) 분야, 산업 인프라의 핵심 로지스틱스(Logistics), 교육률을 제고할 수 있는 에듀테크(Edu-tech), 의료접근성을 혁신하는 헬스케어(Healthcare), 정부 인프라를 위한 IoT/Data와 같은 곳을 주목하고 있다. '15년 이후 동남아시아 시장은 그야말로 유동성의 수혜를 이용한 버닝마켓(Burning Market)이었다. 즉 풍부한 해외 투자금으로 무분별한 마케팅 전쟁, 인력 확충 등으로 소위 숫자를 만들어 기업가치를 올리는 식의 시장이었다. 이번 계기로 인프라성 서비스로 자리 잡으며 대량 표적화(Mass Target)할 수 있거나, 기업 고객이나 정부 고객에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벤처들이 1차 수혜자가 될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논의의 대상은 아니다. 이러한 동남아시아 시장의 관계성이 변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지속적으로 지역 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지금까지 제조업 중심의 직접투자나 정부의 교섭에 의존한 진출 방식이었다면, JV나 M&A 혹은 전략적인 자본투자로 그 성격을 전환하여 중장기적으로 성공적인 신남방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