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venture investment coroparation KVIC NewsLetter 2020

April 2020-01호
2020.4.20 발행

Opinion, Column

에듀캐스트의 투자 유치 분투기

박태영 주식회사 에듀캐스트 대표이사
  • 자사 밸류에이션에 대한 냉정한 평가
  • 컨티전시 플랜 발동으로 최악의 단계에서 빠른 회생
  • 기본으로 되돌아가 경영의 기초를 다지는 전략 수립

투자 거절의 아픔을 딛고

전년도 초만 해도 벤처업계의 주가가 상승하는 분위기였다. 투자 소식이 나올 때마다 실적대비 기록적인 밸류에이션들이 빵빵 터졌고 우리 실적도 2018년도보다 많이 개선되었기 때문에 편하게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접근했다. 그런데 일부 해외 스타트업들의 밸류 붕괴로 시작되어 회수 시장의 불안감 등이 겹치면서 주가 상승 당시 밸류를 주장하는 회사들이 VC들에게 단번에 거절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회사의 경쟁사 격인 회사가 큰 투자를 받고 군소 경쟁사들도 투자를 많이 받으면서 정작 우리 회사는 투자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여름은 참 어려웠다. 많은 회사가 투자를 거절했다.
특히 2018~2019년에 일부 들어온 개인 주주들에게 수익을 안겨드리고 싶었는데, 본전 아니면 손실도 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그 자책감과 우울감에 한 달 정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누워있으면 손실 정도가 아니라 주주들에게 마이너스 100%를 안겨드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에 다시 힘을 내게 되었다. 10월 초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투자 유치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 했다.

고통을 참으며 상처를 들여다보다

첫 번째, 밸류에이션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 들어갔다.

투자를 거절했던 VC 심사역에게 다시 연락하여 정중히 도움을 요청하고 거절한 이유와 적절한 벨류에이션을 문의했다. 협상을 대충해서도 안 되지만 자존심을 세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8년간 일궈온 회사이다 보니 부정적인 피드백을 듣는 것이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더 격렬하게 캐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투자자들의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반영한 목표 벨류에이션을 재설정했다.

두 번째, 내부적으로는 컨티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위기관리 경영)을 발동했다.

우리 회사의 컨티전시 플랜이 여러 단계에 걸쳐 준비되어 있다. 2014년에도 한 번 회사가 사라질 뻔한 경험을 하고 주위 수많은 회사들이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미리 준비해 두었던 계획이다.
첫 단계는 매일 현금 관리에 들어가면서 '고객 돈'에 손을 대야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추정하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대부분 고객 예수금으로 운영된다. 일부 소셜커머스 플랫폼은 자기 돈이 아예 남아있지 않다. 큰 회사들은 신뢰도도 높고 자금 조달 능력도 좋아 문제가 없겠지만 우리 스테이지에 있는 회사들에게는 이런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안다. 투자자가 등 돌린 기업은 스스로 바퀴벌레처럼 살아날 수 있다. 팀원이 떠나면 창립멤버들끼리 하면서 버티면 된다. 그런데 고객 돈에 손을 댔다가 현금이 바닥나고 고객들과 틀어지면 그 기업은 영원히 재기할 수 없다. 우리와 모델은 다르지만 재무관점에서 비슷한 고생을 했던 한 회사는 우리처럼 마지막에 투자는 분위기가 반전되었지만 돈을 못 받았던 고객들이 집단 소송을 걸면서 안타깝게도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나는 3개월이 지나면 고객들의 자금에까지 손이 미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 일단 전 재산을 유동화해 회사에 공급했다. 그리고 전체 팀원들을 모아 3개월 후부터는 급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필요하신 분들은 미리 준비하라고 사전 고지했다. (물론 단 한 명도 이 이유로 떠나지는 않았다.) 컨티전시 플랜의 둘째, 셋째 단계도 준비돼 있었지만 다행히 그 전에 문제가 해결되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다

세 번째, 전략에 대해 다시 고민했다.

스타트업 하시는 분들은 '전략이 없다'는 말만큼 답답한 피드백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투자를 거절하신 많은 분들이 전략이 없다는 얘기를 하셨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역시 스타트업을 경영하고 있는 동생이 내게 해주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전략이란 경쟁우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경쟁우위? 사실 여태까지 우리는 경쟁을 의식하기에는 너무 작은 회사였다. 공돌이 몇 명이 시작하여 꽁작꽁작 만들고 그저 한두 명 써주면 행복한 그런 회사.
그런데 내가 받으려는 투자 단계는 이미 넘어섰어야 하는 수준이었고 비슷한 피드백이 많았던 것으로 보아 분명 무엇인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요약 보고 받던 내용 말고 며칠간 경쟁사들을 직접 비교해보면서 분석하였다. 그리고 학생시절 습관대로 대학교 수강편람을 열어 마케팅과 전략 관련된 과거 수업을 찾고 그 주 교재를 구입하여 미친 듯이 공부했다.

부끄럽게도 경영을 하는 사람이 코틀러 교재가 그렇게 유명한지 처음 알았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매출이 늘고 있다는 이유로 제가 이 시장에 대해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시간을 내어 피칭을 들어준 VC들에게 죄송할 지경이었다. 전략을 다시 세우고 실행 플랜을 구체 적이고 능동적으로 전환했다.

비장의 트리플샷이 40억 투자유치 성공으로

이렇게 트리플샷을 준비해 11월에 다시 투자 유치를 위해 미팅을 잡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이번에는 동지 창업가들이 우리 회사를 많이 추천해주고 VC들에게 차년도 계획이 어느 정도 나와 분위기가 전보다는 좋아졌다. 마지막 하나의 시련이 더 있었는데 한 투자회사가 12월 말까지 투자금 납입을 마쳐야 하는 사정이 생긴 것이다. 담당 심사역과 주말 밤 할 것 없이 한 달 동안 미친 듯이 작업했다. 아침 9시에 출근해 새벽 2시 퇴근하는 생활을 계속하다가 새벽에 응급실도 실려 갔다. 그렇게 12월 말 기한을 지켜 냈다. 그 후 기존에 거절하셨던 투자자가 새로 수립한 전략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시면서 합류했고 총 세 곳의 투자자로부터 목표했던 40억을 유치 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고생하면서 유치한 40억 투자금을 치밀하게 잘 써보려 한다. 특히 오랜 기간 소수정예로 회사를 운영해 한 명 한 명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이번 투자 유치로 인재 확보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