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를 만나다

벤처투자,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끄는 성장 동력

강문수 하나벤처스 이사
#하나벤처스#강문수이사#VC인터뷰

아직 우리나라에서 벤처 캐피탈이라는 개념이 희미할 무렵, 안정적인 공인회계사의 길에서 벗어나 VC의 길로 들어섰다. 국내 소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써봤을 법한 토스, 배달의민족 등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본 강문수 하나벤처스 이사의 이력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스타트업과 오래도록 일하고 싶다는 그를 마주했다.

글. 오민영 사진. 이정수

Q

강문수 하나벤처스 이사님은 IT 융합기술·서비스 플랫폼 분야의 유니콘 기업 발굴에서 두각을 드러내 왔는데요. 그간의 활약과 더불어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반갑습니다. 저는 지난 2010년 KTB네트워크에서 벤처 캐피탈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고요. 토스로 유명한 비바리퍼블리카를 비롯해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덱스터, 스타일쉐어, 원티드랩 등 다양한 스타트업의 투자를 담당해왔습니다. 이전엔 공인회계사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서 6년간 몸담았는데요. 초창기 3년 동안 현대자동차그룹과 같은 대기업 회계감사를 주로 수행하다가 FAS(Financial Advising Service, 재무 자문)본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전자·조선·건설·자동차 분야 M&A와 구조조정을 맡았죠. 본격적으로 VC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엔 체계적 시스템을 바탕으로 오랜 경력을 보유한 베테랑과 함께 일하며, 투자와 사후관리 실무를 충실히 익혀나갔습니다. 동시에 역량을 펼칠 만한 영역 구축을 위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19 한국벤처캐피탈대상 최우수심사역이라는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어요. 아울러 2020년 2월 신생 벤처투자사인 쿼드벤처스를 거쳐 같은 해 10월 하나벤처스에 합류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일명 유니콘을 찾는 본분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벤처 캐피탈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던 시기에 처음 VC로 입문했다고 들었습니다.

A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회계법인에 근무하면서 컨설팅 비즈니스를 제공하다 보니 자연스레 투자자문 기관과의 협업을 하게 되었어요. 함께 기업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투자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생겼고 고심 끝에 이직을 결심했지만, 아쉽게도 실행에 옮기기 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2년을 유예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 소개로 KTB네트워크에서 VC로서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당시 벤처 캐피탈이 갓 알려질 만큼 초창기여서 몸소 부딪히고 경험하며 배우는 나날을 보냈죠. 물론 쉽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돌이켜보면 오히려 행운이었어요. 업계에 들어선 지 5년째였던 2015년을 기점으로 패러다임에 혁신이 일어났거든요. 기존엔 주요 대상이 대기업 서플라이 체인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이었고, 한두 번 지원하면 금세 상장 단계로 넘어가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 스마트폰 혁명이 시대를 휩쓸면서 영역이 더욱 다채로워졌습니다. 덩달아 2012년 이후 투자 역시 시리즈 A·B·C로 다각화했고 후속 프로세스를 기대할 수 있도록 바뀌었죠. 이러한 변화를 맞이하면서 매일 같이 신개념 용어가 쏟아지는 IT 서비스 분야에 발맞춰 독보적 경쟁력을 구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이제껏 거쳐온 포트폴리오 기업 가운데 유난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을 듯합니다.

A

투자한 기업 가운데 익히 알려진 기업이 적지 않지만, 하나를 손꼽자면 비바리퍼블리카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2014년에 간편송금 결제 서비스인 토스를 창업한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제가 직접 미팅을 제의했거든요. 미국에선 이미 페이팔이 운영하는 소액 송금 애플리케이션인 벤모(Venmo)나 같은 업계의 스퀘어(Square)가 있었지만, 한국에선 시도하는 곳이 없었던 까닭이에요. 아니나 다를까, 이승건 대표를 만나서 대화해보니 왠지 정확한 수치나 객관적 근거 이상의 신뢰감이 느껴지더군요. 소위 ‘꽂힌다’고 하잖아요.(웃음) 그런데 당시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은 금융업을 투자 금지 업종으로 지정하고 있었어요. 당연히 전자 금융업 또한 마찬가지였기에 어쩔 수 없이 지켜보다가 2015년 2월, 드디어 규제가 풀리자마자 기회를 잡았죠. 심지어 저는 2014년 12월에 KTB네트워크 중국 상해사무소로 발령이 나 있었는데 발 빠르게 소식을 듣고 우리나라로 출장 와서 계약을 성사한 거예요.(웃음) 국내에서 유일하게 누적 55억 원 투자한 끝에 최근 절반가량 매각하고도 600억 원 이상 회수했다고 들었습니다.

Q

그렇다면 이사님이 소신 있게 지키는 기업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요?

A

사실 매년 투자 경험치가 쌓일 때마다 기준을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곤 해요. 다만 변함없이 유지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창업 팀 내에 어떤 인재가 있는지 판단하는 시각입니다. 예전엔 창업자가 얼마나 능력 있는지를 검토했는데요. 나중에 보니, 기업이 작은 단위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해서 능력을 키워 수익을 창출하려면 조직 기반이 탄탄해야 하더군요. 따라서 팀의 균형 잡힌 역량을 일 순위로 체크하고, 그다음으로 보유한 기술과 사업 아이템, 시장성 등을 확인하죠. 물론 저 또한 여러모로 공부하고 정보를 파악해 차세대를 이끌어나갈 유니콘 기업을 부지런히 모색해야 하고요.

Q

하나벤처스는 설립 2년 만에 운용자산(AUM) 2,000억 원을 돌파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A

저희 운용자산은 올해 내에 곧 4천억원을 넘을 듯 한데요. 우선 하나벤처스를 설립한 김동환 대표님과 강훈모 이사님이 성취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세요. 또한,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하나금융그룹의 출자지원이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하였고, 회사 운영 및 벤처투자에 대해 외부 간섭이 없이 경영진에게 모든 권한을 주었습니다. 따라서 경영진이 VC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단기적 성과에 대한 몰입도 역시 높아서 모든 임직원이 믿고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2,000억 원으로 2년간 70개 이상의 투자 펀드를 원활하게 집행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더불어 〈하나벤처스 초기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해마다 두 차례 개최해 잠재적 투자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출자자와의 신뢰를 충분히 쌓았죠. 이 대회는 올해로 3회째에 들어섰는데 워낙 뛰어난 팀이 많아서 본선 진출할 곳을 선정하느라 야근해야 할 지경이에요.(웃음)

Q

앞서 이야기했듯 국내에서 유일하게 토스에 투자했고, 배달의민족으로는 20배 회수 수익을 거두며 놀라운 선구안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올해는 어떤 회사를 눈여겨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올해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이 엄청난 화두로 떠오른 바 있는데요. 이 기술은 각 분야에서 두루 쓰이고 있을 만큼 보편적으로 성장했죠. 따라서 지금 투자한다고 하면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제부터 본격적인 발전을 향해 나아갈 거라고 봅니다. AI가 창출할 시장은 과거 인터넷과 모바일의 규모보다 10배 이상 크다는 전문가 전망이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고요. 저는 효과적으로 AI를 적용한 애플리케이션 사업화에 뛰어들 스타트업을 탐색해서 성공으로 이끌어야죠. 또한 농식품 분야를 진지하게 내다보고 있어요. 스마트 팜 외에 먹을거리를 다루는 영역에서 첨단 진보가 이뤄질 터입니다. 축산, 수산 등에서 디지털화와 바이오 기술을 활용하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자못 궁금해지네요.

Q

절실한 마음으로 투자 유치를 준비하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스타트업에게 노하우를 전수한다면요?

A

사업의 건실성 못지않게 마케팅 능력 또한 중요해요. 스타트업에서 하는 일이 투자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야 비로소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걷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죠. 앞서 창업 팀 구성이 중요하다고 답한 이유입니다. 기술 개발과 홍보를 각각 효율적으로 담당하는 구성원을 영입하면 두 가지를 다 충족할 수 있거든요. 즉, 가장 우선시해야 할 요소는 인재고요. 또, 투자사나 VC와 접촉할 때 처음부터 모든 매력을 발산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연애와 같다고 할까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갑자기 학력과 집안, 연봉, 결혼 후 계획 등을 모조리 밝히면 상대가 당황하기 마련이잖아요.(웃음) 대신, 기업을 어필하는 핵심만 강조해 IR 자료를 구비하는 거예요. 이곳에서 하는 일과 강점, 우수성, 경력, 시장 파급력 등을 10~20페이지로 압축해서 선명한 인상을 각인하길 추천합니다.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볼까요? 지극히 평범한 VC가 연간 평균 만나는 회사는 150~200여 개에 달하며, 그중에서 4~5개에 투자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분기당 30개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셈입니다. 모든 자료를 열심히 살피지만, 차별화 전략이 시선을 끌 수밖에 없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충분히 대화할 만한 자리가 만들어졌을 때를 위해 아껴두세요.

Q

해외 기업과 생태계 특성을 비교할 때, 우리나라 IT 서비스와 소비재, 콘텐츠 등의 분야가 가진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대한민국 IT 융합기술·서비스 플랫폼 분야의 스타트업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어요. 해외에선 아직 시도조차 못 한 최신 트렌드가 속속 탄생하는 계기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를 쓰는 사용자가 많지 않다 보니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려면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겠죠. 기술로서는 나무랄 데 없습니다. 토스 같은 경우, 현재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했는데 미국과 유럽 인터넷 뱅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예요. 심지어 우리나라의 흔한 일반 은행 애플리케이션마저 외부에선 하이엔드로 평가받는 걸요.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은데 더 좋은 대상이 계속해서 나타나니 기술력으로 생존한 겁니다.

Q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A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미국에서 최대 웹툰 플랫폼으로 활약하는 타파스 미디어를 인수한다더군요. 이곳은 지난 2012년경 제가 KTB에 있을 때 심의 통과까지 거쳤으나 아쉽게도 다음커뮤니케이션즈가 먼저 투자했는데요. 당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채택한 게 상당히 주효한 요소로 평가받았죠. 이처럼 해외 ‘진출’이라기보다는 시장에 녹아드는 방향으로 사업해야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어요. 저희 하나벤처스도 그런 점에 점수를 주고 타파스미디어에 투자했습니다. 예컨대 완전히 외국 자본과 경영진으로 구성된 회사가 한국에서 수익 창출과 상장에 도전한다고 하면, 국내 투자기관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점과 매한가지예요.

Q

마지막으로 이사님의 최종 목표와 계획을 밝혀주세요.

A

일찍이 토스 투자를 통해 저로서는 과분한 경험을 했어요. 기존에 없던 핀테크를 기반 삼아 성장한 회사가 점차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기존 금융산업이 변화의 바람 앞에 놓인 거잖아요. 이 같은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투자에 참여했다는 점이 수익 창출과 별개로 의미 있었고요. 앞으로도 더욱 뛰어난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며 오랫동안 사회 혁신을 주도하는 스타트업과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백발이 성성하도록 VC로 몸담는 분이 많더라고요. 한마디로 제가 원하는 이상적인 미래라고 할까요.(웃음)

< PREV NEXT >
구독하기 구독하기
목록보기목록

연관게시물

뉴스레터 21-17

VC를 만나다

2021.09.02

균형적인 전략 수립과 대응 체계로 빚어내는 벤처캐피탈의 내일

뉴스레터 21-16

VC를 만나다

2021.08.13

스타트업과 함께 실현하는
동반 성장의 가치

뉴스레터 21-15

VC를 만나다

2021.07.29

스타트업의 시작부터
가장 빛나는 순간까지 함께

뉴스레터 21-14

VC를 만나다

2021.07.16

세상이 원하는 기술과
스타트업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

뉴스레터 21-13

VC를 만나다

2021.07.02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길을 닦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