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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이익공유제, 기대해도 될까?

#협력이익공유제

2018년 11월 도입된 협력이익공유제는 현재 그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도입 당시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20년 말 기준 등록기업 106개사, 등록과제 1,992건, 확인과제 810건으로 비교적 견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생협력법 개정을 통해 협력이익공유제가 명확하게 정의되고, 이 제도의 추진체계와 이를 시행하는 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의 근거가 마련된다. 아직 도입 초기이긴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해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 경제가 혁신과 창의가 그 어느 때보다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조혜신(한동대학교 법학부)

대기업 중소기업 간 협력이익공유 활발

대기업은 이미 확보한 인력, 기술, 설비, 자산 등을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어서도 상당한 우위를 차지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우위로 인하여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대기업이 주도하는 협력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계약에 있어서도 협력의 성과가 대기업에게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루어지기 쉽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가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고도 할 수 있는 경향을 다양한 지원 및 유인 수단을 통하여 거슬러보고자 하는 것이 협력이익공유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 도급계약에 따라 대기업이 위탁한 부품을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전형적인 대·중소기업 협력관계와는 달리, 기술창업 혹은 플랫폼과 같은 신산업분야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대기업 중심으로만 흐르기는 어렵다. 이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보유한 핵심기술을 필요로 하거나, 많은 중소기업과의 협력이 대기업이 보유한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산업분야에서는 협력이익공유제가 단지 대기업의 시혜로서가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질적 상호이익을 위해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 즉, 이미 협력관계에 있던 중소기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과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면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또한 유통이나 IT 분야의 플랫폼 기업이 일정한 판매목표를 달성하면 수수료 혹은 공급단가 인하를 통해 그 이익을 협력기업과 공유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플랫폼 기업들의 협력이익공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수수료에 대한 환급 혹은 인하, 수익의 일부에 대한 현금 지급, 광고비 감면 등 그 양상도 다양하다. 물론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도 자발적인 이익공유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중에는 협력이익공유제에 참여하지 않는 대기업의 사례도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생산성이나 안전 목표를 달성한 우수협력사들을 대상으로 매년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으며, CJ오쇼핑은 COVID- 19 시대에 맞는 상품을 기획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한 판매우수 협력기업을 선정해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 기업의 선택에 달려

사실 협력이익공유제의 ‘법제화’에 대해서는 오해도 있다. 협력이익공유제가 법률상 근거를 갖게 될 경우 이것이 기업들에게 법적 의무를 지우는 것이 아닌데도, 이것이 기업들에게 주는 부담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업들에게 ‘사실상’ 강제하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는 지적은 일면 옳기도 하지만 일면 그르기도 하다. 이른바 유도적 성격을 갖는 제도의 경우에는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을 변화시킬 만큼의 이익이 제공되기 마련이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그 이익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를 강제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른 선택이 박탈되거나 제재가 따르지 않는 한, 적어도 법적인 의미에서는 강제가 아니다. 오히려 협력이익공유제의 법제화는 기업들에게 선택지 하나를 더 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집어 들 것인지 말 것인지는 기업에게 달려 있으며, 기업들의 선택이 더없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유하는 전제이기도 하다. 법 속에 있는 무수히 많은 제도도 경쟁을 한다. 선택받는 제도들과 선택받지 못하는 제도들에는 각각 나름의 이유가 있고, 오랜 시간 선택받지 못한다면 언젠가 법전에서 지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이라는 헌법 제123조 제3항의 명령에 직면한 국가로서는 기업들의 선택이 일정한 방향을 향하도록 실효적 지원과 혜택을 통하여 유도할 의무가 있다.

COVID-19로 가속화된 새로운 경제로의 진입은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도 상당히 바꾸어갈 수 있다. 협력을 해야 할 이유나 협력을 주도해 가는 쪽도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질 만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가 기업에게 제시한 또 하나의 선택지인 협력이익공유제의 매력도를 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경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는 이 시점에 협력이익공유제를 통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의 필요에 따라 대등한 협력관계를 맺고 혁신의 성과를 정당하게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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