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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건강을 동시에, 실리콘밸리 푸드테크의 진화

#푸드테크#실리콘밸리#대체육시장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체육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푸드테크 기업은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미래 먹거리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글. 신현규 매일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

실리콘밸리, 미래 먹거리 산업에 주목하다

“음식산업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어요.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문화적 교류가 늘어나며, 대중매체가 발달하면서 선호하는 음식의 트렌드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죠. 게다가 밀레니얼 세대와 젠지(GenZ) 세대로 들어서면서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것을 찾는 문화가 음식과 연결되고 있어요. 음식산업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건강한 음식’이 음식산업 전체를 뒤흔들 겁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비욘드미트, 미요코키친 등과 같은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스트레이도그(Straydog)의 리사 페리아 대표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리콘밸리에서 푸드테크는 매우 뜨거운 산업영역이 아닐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아예 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식물성 대체육 및 대체치즈 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공유오피스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푸드테크 쪽 스타트업만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도 여러 개 존재한다. 이 지역에는 채식주의자가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이벤트도 자주 열리고, 그때마다 새로운 대체육 회사들이 주목을 받는다. 무엇보다 대체육 회사인 비욘드미트(지난해 상장)와 임파서블푸드(곧 상장 예정)가 상장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자금회수(EXIT)의 기회를 제공해 주면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벤처투자 관련 통계를 제공하는 ‘피치북’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까지 17억 달러 (약 1조 9635억원)의 전 세계 벤처투자자금이 음식산업 관련 스타트업에게 투자되었다고 한다. 이는 2020년 상반기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음식산업을 변화시킨다

푸드테크 영역에는 새로운 기술들이 끊임없이 소개되고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육식을 하는 사람이 먹고 있는 모든 음식을 채식으로 대체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소고기의 경우 이미 임파서블푸드와 비욘드미트 등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일반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는 이 두 회사의 패티를 조합한 버거를 주문하는 것이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는 흔한 일이 되어 버렸고, 스탠퍼드 대학교나 UC버클리 같은 대학교 교내 식당에서도 대체육 버거는 일상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달걀 같은 경우도 이미 식물성 대체식품이 나와 있다. ‘저스트에그’라는 이 제품은 카레에 들어가는 강황과 녹두, 카놀라유 등을 조합해서 출시됐으며,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는 일반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게다가 치즈와 버터 같은 제품도 이미 식물성 지방으로 대체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기업 ‘미요코 크리머리’에서는 곡물 견과류 등에서 추출한 지방으로 치즈와 버터를 만들어 낸다. 피스타치오나 아몬드 등과 같은 견과류에서 추출한 우유제품은 실리콘밸리 지역 대형마트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핀리스푸드, 굿캐치푸드 등과 같은 회사들은‘생선 없는 생선’을, 미션반즈 같은 회사들은 식물 베이컨을, 멤피스미트 같은 회사는 인공 오리고기를 제조한다. 이미 상당히 많은 푸드테크 기술이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식물성 음식을 엔지니어링을 통해 고기, 달걀, 치즈, 생선살 등과 같은 동물성 음식과 유사하게 바꾸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인공지능 유전자가위 등과 같은 새로운 요소기술을 접목시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개발하던 발효기술을 활용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질소에서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실리콘밸리에 기반한 에어프로틴(Air Protein)이라는 회사는 지구에서 화성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우주비행사가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뭉쳐서 만들어졌다. 이들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질소, 산소, 물, 그리고 미네랄 성분을 조합한다. 그리고 발효과정을 지나면 아미노산이 만들어진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런 과정을 통해 마치 밀가루와 같은 단백질가루를 만들어 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콩과 같은 농작물을 땅에 심어서 단백질을 만들어 내려면 많은 땅과 물이 필요하지만, 발효과정을 통해 단백질가루를 만들어 내는 작업은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 이 회사 창업자들의 생각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농작물을 기르는 스타트업도 있다. 페어와이즈(Pairwise)라는 회사는 갓김치의 주재료인 갓(Mustard Green)의 쓴맛과 특유의 향을 줄이는 유전자 작업을 하고 있다. 갓의 경우 재배 효율이 좋고 영양도 풍부하지만 특유의 강한 향과 맛 때문에 소비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실리콘밸리에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작물에 오메가3 함유량을 높인다거나 밀가루의 글루텐 양을 줄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공기에 노출되어도 갈변이 쉽게 되지 않는 사과와 감자 등을 만드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투자한 회사 놋코(NotCo)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우유, 햄버거 패티, 아이스크림 등을 제조하고 있다. 마치 컴퓨터에 ‘인텔인사이드’를 붙여서 판매한 것처럼 요식업 프랜차이즈 회사에 원재료를 공급하면서 ‘놋코인사이드’를 붙여서 파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타이거글로벌, DFJ 등과 같은 유명 투자자들과 테니스 스타인 로저 페더러가 최근 투자를 결정했는데, 기업가치 15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유니콘에 올랐다.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 - 음식은 문화다

음식 관련 기술혁신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혁신의 씨앗은 오래전부터 싹터 왔다. 비욘드미트는 2009년 미국 LA에서 탄생했고, 임파서블푸드 역시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됐다. 실제 고기와 비슷한 수준의 맛을 선사해 주는 대체육이 등장한 것이 혁신의 시작이었지만,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존재하는 독특한 문화 덕분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토지의 25%가량이 사막으로 구성돼 있고, 해마다 삼림의 상당수가 화재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소실되고 있는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남다르다. 자연스럽게 탄소배출량이 많은 소, 돼지 사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비욘드미트의 설립자인 에단 브라운이 수소 관련 연료전지 회사에서 일하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다가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임파서블푸드 설립자인 팻 브라운 역시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가 인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싶어서 창업에 전념하게 됐다. 이들에게는 탄소배출량이 작은 음식생산 방식을 만드는 것이 마치 일런 머스크가 테슬라를 만든 것처럼 사회를 위한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 서부의 독특한 문화 또한 푸드테크 혁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채식주의자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배려가 공공기관에서부터 시작해 일반적인 음식점과 대형마트 등에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채식주의자의 커뮤니티가 형성돼 푸드테크 기업의 혁신을 전파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채식주의자 여성모임 VWS의 경우 매달 유명한 채식주의자를 연사로 세워 모임을 개최하고, 채식주의 식단을 사회 곳곳에 알리는 인플루언서를 양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채식주의자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왕자가 이 무대에 서기도 했다.

여기에 실리콘밸리의 ‘서로 도와주는 문화’ 또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전문 투자자 뿐만 아니라 저명한 스타나 인플루언서 등이 유망한 기술을 갖고 있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제품을 사용하면서 후기 등을 소셜미디어에 남기면서 제품이 확산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는 식물성으로 만든 코팅을 활용해 과일의 유통기한을 기존의 2배 이상 늘린 스타트업 ‘어필 사이언스’에 투자했고, 이후 이 제품을 널리 알리고 있다. 테니스 선수인 셀레나 윌리엄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벤처캐피탈 ‘셀레나벤처스’를 만들었고 임파서블푸드 등과 같은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인 레딧의 창업자 알렉시스 오하니언도 대체닭고기 회사인 시뮬레이트에 투자하면서 이 회사의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제니퍼 스토이코비치 VWS 설립자는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활용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기술만이 성공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대량생산을 이뤄낼 수 있는 협업역량과 제품을 판매로 연결시킬 수 있는 열성적 고객커뮤니티를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문화역량 등이 고르게 갖춰져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실리콘밸리의 푸드테크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서로를 향한 배려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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