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 돋보기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공간,
실리콘밸리는 '메타버스' 전쟁 중

#메타버스#실리콘밸리#빅테크기업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던 메타버스(Metaverse)가 부활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비대면 수요가 늘었고, 미국 게임 업체 로블록스(Roblox)의 세계적인 대성공을 계기로 상업화 기대가 커진 덕분이다. 실리콘밸리에서도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 간의 신규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글. 윤필호 더벨 기자

로블록스, 상업화 포문 열어

메타버스는 30년 전 닐 스티븐슨의 소설인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03년 출시된 ‘세컨드 라이프'를 통해 실제로 구현됐지만, 관심을 이끌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났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메타버스는 최근 정교하고 빠른 최첨단 기술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메타버스는 차세대 온라인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개념이나 이용 방식은 낯설지 않다. 그동안 다양한 게임이나 영화 등의 콘텐츠를 통해 비슷한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존 콘텐츠와 최근 메타버스에 차이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만의 특징으로 연결성과 상호운용성, 경제, 동시성 등을 차별화 요소로 꼽는다. 실제로 대중의 최근 높아진 관심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기기와 소프트웨어 기술 개선에 기인한다.

로블록스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지만, 출시된 지는 14년이 지났다. 꾸준한 기술 발전과 시스템 개선을 통해 진화한 생태계를 구축한 덕분에 현재 ‘게임 체인저'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16년 VR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용 VR 콘텐츠 출시해 다양한 게임을 3D로 제공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유저들이 직접 게임을 제작해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적극적인 참여와 몰입의 선순환을 만들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가 로블록스를 주목한 주요 배경 요소 중 하나는 상업화의 실현이다. 가상화폐 ‘로벅스(Robux)'를 성공적으로 도입해 게임 아이템 거래는 물론 유저들이 만든 유료 게임 입장권 구매 등 다양한 경제 활동을 가능케 했다. 로벅스의 달러 환전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 기업들이 협업에 나서면서 플랫폼 내 시장도 확장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新플랫폼 패권 선점 경쟁

메타버스 본격화와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 포진한 최정상 빅테크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이미 관련 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의 본질은 방대한 인적, 물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신규 플랫폼 패권 선점에 있다. 특히 최근 애플과 구글의 인앱 결제(In-App Payment) 강제 정책은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존 모바일 플랫폼 내에서 데이터 수집이 중단될 위기에 몰린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칼을 갈았다.

페이스북은 이미 2014년 VR 디바이스 제조사인 ‘오큘러스 VR'을 인수해 확장현실(XR) 사업 기반을 다졌다. 이후 2019년부터 컴퓨터비전 개발사 스케이프테크놀로지와 비트게임즈, 산자루게임즈, 레디엣던 등 VR 게임업체를 차례로 인수했다. 또 신경인터페이스 개발사 컨트롤랩스 지분도 매입했다. 공격적인 확장의 배경에는 애플과 구글 등 모바일 플랫폼 강자들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오래 전부터 게임 중심의 플랫폼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2014년 인수한 ‘모장'은 메타버스 게임 ‘마인크래프트'로 유명하다. 올해에는 대형 게임사 ‘베데스다'를 인수했고, 소프트웍스의 모회사인 제니맥스미디어도 품에 안았다. 이외에 다양한 게임 업체를 인수하며 확장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3월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그나이트 2021' 콘퍼런스에서 3D 디지털 협업 플랫폼 ‘MS 메시(Microsoft Mesh)'도 공개했다.

기존 스마트폰 플랫폼 주도 업체들도 그냥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애플은 다양한 메타버스 관련 기업을 인수하면서 내부적으로 XR 사업 수직계열화를 완료했다. 지난달 개최한 연례개발자행사 ‘WWDC21'에서 메타버스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며 사업 전환을 예고했다. 기대를 모았던 VR 글래스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AR 강화를 위해 개발 도구인 신기술 ‘리얼리티 키트 2'를 선보였다. 특히 M1 칩을 탑재한 최신 통합 운영체제인 맥 OS 몬터레이(macOS Monterey)도 공개하며 사용자 환경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구글의 경우 실제 세계를 사실적으로 반영한 거울세계(Mirro Worlds) ‘구글 어스'가 대표적 콘텐츠다. 세계 전역의 위성사진을 수집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현실 세계의 변화를 반영한다. AR 기기인 구글 글래스의 경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향후 발전을 위한 기반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아울러 구글은 5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에서 3D 통신 기술 ‘스타라인'도 선보였다. 기존 영상회의 기술에 3D 콘텐츠 기술을 접목해 구현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플랫폼 ‘제페토'를 앞세워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 2018년 출시한 제페토는 2억 명 이상의 유저가 사용하며 흥행하고 있다. 최근 콘텐츠 확장을 위해 국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업체들과 협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양한 패션, 스포츠 브랜드 등도 제페토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벤처업계 새로운 기회 잡을까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시장을 형성하자 중소·벤처업계에서도 남다른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아무리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나홀로 방대한 분야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게임, 엔터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패션, 방산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 핵심 기술이나 사업 모델을 보유한 업체가 인수합병(M&A)이나 투자 유치 등 기회를 잡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연쇄적 M&A를 주도하며 다양한 산업, 기업 간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었다.

국내도 비슷한 상황이다. 주로 VR, AR 관련 업체들이 네이버 등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형성해 수익을 창출한다. 정부도 전보다 적극적인 정책으로 지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메타버스 산업 발전을 위해 민관 협의체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물밑에서는 여러 메타버스 관련 중소·벤처 업체들이 투자를 성사시켰다. 패션 테크 업체 에프앤에스홀딩스의 41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비롯해 AR 전문업체 애니펜의 85억 원 규모 시리즈A, 유니드캐릭터의 27억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 등 최근 몇 달간 활발한 투자가 이뤄졌다.

재빨리 기회를 잡아 증권시장에 이미 데뷔한 기업들도 있다. 인공지능(AI) 영상인식 전문업체인 알체라나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을 보유한 자이언트스텝은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상장에 성공했다. AI·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기업 바이브컴퍼니의 경우 디지털 트윈을 신사업으로 내걸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 당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1221.45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투자업계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국내 첫 메타버스 펀드를 출시했다.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관련 기기를 만드는 하드웨어 기업 등에 투자한다. 출시 2주일 만에 50억원가량의 자금이 몰려 주목을 받았다. 이어 삼성자산운용도 메타버스 펀드를 공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메타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이 확장할수록 투자시장의 주체들도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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