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 돋보기

인슈어테크, 빅데이터 활용과 시너지로 보험 산업의 변화 주도 전망

#인슈어테크#보험산업

은행에 이어 보험업계도 정보기술(IT)과 결합한 서비스 출시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보험업에서 말하는 인슈어테크(보험+핀테크)가 대표적이다. 2~3년 전만 해도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운전습관 연계상품 등이 출시될 정도였으나, 작년부터는 삼성·한화·교보·신한 등 보험회사는 물론 보맵·토스·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업체도 본격적으로 인슈어테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인슈어테크 시장이 발달하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인슈어테크는 한마디로 손 안의 디지털보험이다. 시간·공간상의 제약이 없고 수요·공급자의 필요에 따라 맞춤형 상품도 쉽게 개발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회사까지 갈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보험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그만큼 소비자 편익을 높여줄 수 있다.

글.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한국핀테크지원센터 이사장)

이제는 보험도 ‘언택트’....인슈어테크 주목

은행 대비 변화가 느렸던 보험업에 왜 이렇게 인슈어테크 바람이 거세지고 있을까.

첫째, 업계에선 보험업의 고유 특성인 산업간 융합 효과를 꼽는다. 보험업은 보험이란 금융의 성격과 보험대상으로서의 산업적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 예컨대 생명보험·건강보험은 의료·헬스, 손해보험과 자동차·선박 등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 성격이 있다. 따라서 인슈어테크를 통한 보험의 인터넷·모바일화가 촉진돼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소위 4차 산업혁명 융합이 본격화되면, 보험업과 여타 산업 간의 시너지 효과가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둘째, 보험업은 활용만 잘하면 다른 어떤 금융 업종보다 빅데이터 효과가 크다. 지금까지 보험은 과거 서류 상의 데이터 정보에 기초한 위험을 계산해 보험료율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이젠 스마트폰·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하면 보험가입자의 최신 데이터로 현재 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다. 실시간 데이터를 이용하면 같은 무사고 운전이라도 운전습관이 안전하면 보험료를 깎아주고, 끼어들기·과속으로 좋지 않으면 보험료를 올리는 맞춤형 상품이 가능하다. 마침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로 데이터 활용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데이터 활용에 유리한 인슈어테크의 기반이 넓어졌다.

셋째, 국내 보험 업황이 어려워지고 있는 점도 국내 보험사들의 인슈어테크 참여를 자극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2019년 이익은 전년 대비 평균 30%나 격감했다. 저축성보험 만기도래, 자동차·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상승 요인도 있지만, 저금리와 인구 증가 둔화세가 업황 개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의 아날로그 보험시장은 성장한계(Market-saturated)에 도달했기 때문에 인슈어테크와 같은 신상품으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하나, 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 충격은 결국 사람 접촉을 하지 않는 비대면과 디지털의 확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보험도 예외가 아니라고 보면 비대면 보험 즉, 인슈어테크가 대세인 셈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뛰어드는 인슈어테크

그러면 글로벌시장에서의 인슈어테크 바람은 어느 정도인가. 인슈어테크는 2010년대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돼 유럽과 중국, 아시아로 빠르게 확산됐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시장에서 인슈어테크 투자는 2018년 39억5000만 달러(4조8000억원)로 2012년 대비 10배, 특히 2020년에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핀테크 총투자액의 4분의 1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투자자들 관심 대상이다. 인슈어테크의 선제공격에는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특히 구글과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부터 뛰어들었다. 구글은 2015년부터 ‘미스핏(Misfit)’이라는 손목 웨어러블 기기를, 애플은 2016년부터 손목시계 ‘애플워치’를 출시해 헬스케어 보험가입자와 보험료를 연계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미스핏을 차고 걸어서 보행수 목표를 달성하면 하루 1달러, 월 최대 20달러의 보험료 할인 혜택을 준다. 이 서비스 하나로 미국 뉴욕, 뉴저지주에서 2년 만에 4만명 이상의 보험고객을 확보했다.

구글·애플 같은 공룡 ICT 기업의 인슈어테크 진출은 보험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결국 글로벌 보험업계의 빠른 디지털화에 모멘텀이 됐다.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에트나는 애플과 제휴해 애플워치와 보험료 할인을 연계했고, 운전습관 연계보험으로 유명한 프로그레시브는 2011년부터 ‘스냅샷’이란 장치로 운전자의 급정거·주행거리·주행시간 등을 분석해 보험료를 차별화했다. 또 영국의 코퍼레이티브 인슈어런스, 프랑스의 BNP파리바·악사 등 대형업체들도 독자 또는 인슈어테크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미국·유럽은 그렇다 치고, 낙후됐다고 생각했던 중국의 발 빠른 인슈어테크 확산은 놀라움의 대상이다. 특히 화제가 된 곳은 알리바바·텐센트가 중국 보험 랭킹 1위 업체인 핑안보험과 공동출자한 온라인 보험사 중안바오시엔(中安保險)이다. 2015년 당(糖)을 체크하는 건강보험상품 ‘탕샤오베이’ 등을 출시, 세계 핀테크 톱 100에서 1위에 올라서서 글로벌 보험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위에 오른 이유로는 보험상품이면서 동시에 혈당을 측정하는 의료기기·혈당을 전송해 실시간으로 구축되는 빅데이터를 보고 진단·처방하는 원격병원 비즈니스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알리바바 공동창업자인 마윈의‘바오민(保民) 13억 인(人)’은 중국 보험산업의 잠재력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로 유명하다. 마윈은 중국의 보험가입자 수가 향후 10년이면 중국 인구와 근접한 13억 명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본다. 인터넷의 왕민(網民 ·네티즌), 주식시장의 구민(股民·인터넷 투자자)을 거쳐 이젠 보험의 바오민(保民·인터넷 보험가입자)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동남아에서의 인슈어테크도 빠른 붐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에 이어 베트남, 태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태국에선 태국과 싱가포르 합작사인 핀테크 스타트업 선데이(주)가 관심대상이다. AI를 이용한 리스크 예측모델로 차별화된 인슈어테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 기준 150만 명의 보험고객을 확보하였으며 보험인수액도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국내 인슈어테크, 의료법 저촉 등 제약 여전

국내는 어떤가. 최근 국내 보험업계도 인슈어테크 활용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분위기다. 보험사들이 텔레매틱스,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통해 고객의 운동량, 운전 습관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걷기·달리기·등산 등 목표 운동량에 따라 모바일 쿠폰 제공, 혈당 기록 횟수에 따라 보험료도 할인하고 있다. AIA생명, 흥국생명의 건강증진형 보험과 삼성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운전 습관에 따른 보험료 할인, 스위치 여행보험, 기후위험 보장보험 같은 서비스도 나오고, 또 인공지능 챗봇을 활용한 고객 상담과 계약관리 서비스, 사고 차량 수리비 계산, 고객인증 및 절차 간소화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기도 하고 있다.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으로는 리치플래닛의 굿리치, 보맵, 디레몬, 토스인슈어런스, 스몰티켓, 그레이드헬스체인 등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굿리치와 보맵은 누적 다운로드 450만, 250만 건을 기록한 대표적 인슈어테크 앱으로 보험가입자 빅데이터에 기초해 다양한 맞춤형 보험서비스 제공에 노력하고 있다. 보맵, 스몰티켓, 그레이드헬스체인 등은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도 받아 새로운 수익모델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산업 간 융합 효과를 얻는 데는 제약이 여전하다. 특히 의료데이터 활용이 의료법 등에 저촉될 수 있어 건강·생명보험의 신상품, 특히 실시간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인슈어테크 상품 개발이 가로막혀 있다. 예컨대 종합적인 헬스케어 정보와 데이터가 제공되는 미국·일본 등과 달리,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강 관련 정보는 걷기·달리기 등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인슈어테크 및 새로운 보험 수익모델의 확장성 제약으로 벤처캐피탈 투자확산도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더욱 과감한 규제 혁파가 절실한 시점이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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