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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인플루언서
‘가상인간'이 뜬다

#가상인간#버츄얼인플루언서

고도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인간이 화제가 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상과 현실을 접목시키는 메타버스 콘텐츠가 늘어가는 추세 속에서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 홍성용 매일경제 기자

진짜 같은 가짜, 버추얼 인플루언서 주목

나이 19세, 직업은 팝 가수. 인스타그램 팔로워 304만 명. 인스타그램 게시물 광고 한 개당 1000만 원, 2020년 한 해 벌어들인 돈 130억 원. 전 세계서 가장 유명한 인플루언서인 ‘릴 미켈라'의 숫자들이다. 19세의 나이에 벌써 수백만 팔로워를 보유했고, 지난해에만 무려 130억 원을 벌어들였다.

나이 22살, 이름 오로지. 인스타그램 팔로워 7만 명. 신한라이프와 쉐보레, 아모레퍼시픽, 반얀트리 호텔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광고를 찍어대는 무시무시한 신인도 있다. 그가 출연한 신한라이프 광고 유튜브 영상은 게시 한 달여 만에 1100만여 조회수를 기록하는 기염도 토했다.

가상인간은 ‘버츄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라고 불린다. 가상으로 만들어졌지만,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지니고 행동한다. 한국인들에게 가상인간 로지의 등장은 낯선 경험이 아니다. 1998년 1월 ‘사이버 가수' 아담은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시대를 열었다. 키 178cm, 몸무게 68kg의 잘생긴 사이버가수 아담은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가상인간이었다. 첫 앨범만 무려 20만 장을 판매하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었고 이후 자취를 감췄다.

20여 년이 훌쩍 지난 현재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비대면의 세계에서 가상현실 즉 메타버스가 새로운 화두로 제시됐다. 모두가 아바타를 만들고, 가상의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고, 게임을 즐기고, 생활을 하는 삶의 모습이 조금씩 그려지는 때가 됐다. 이에 맞춰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가상인간이 속속 뜨고 있다.

국내서도 보폭 넓히는 가상인간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는 가상인간 ‘로지'는 지난해 8월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만들었다. 로지와 같은 가상인간은 구체적인 프로필과 함께 명확한 세계관이 부여된 게 특징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로지는 세계여행과 요가, 러닝, 패션 등에 관심이 많은 영원히 나이가 바뀌지 않는 22살 여성으로 프로필이 만들어졌다. 자유분방하고 사교적인 성격이 부여되기도 했다. 특히 로지의 얼굴은 MZ세대가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만들었다. 이에 따라 ‘흔하지 않지만 매력적인 얼굴'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로지의 행보는 단연 A급 인플루언서로서 자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7만 명을 무기로 해 SNS 시장을 석권하는가 하면 TV 광고까지 끊임없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신한라이프와 쉐보레, 아모레퍼시픽, 반얀트리 호텔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광고를 찍는다.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 IT기업을 중심으로 가상인간을 활용한 마케팅이 펼쳐졌다.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이름에서 따온 LG전자의 김래아가 대표적이다. 김래아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공식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진한 분홍색 후드티를 입고 단발머리를 한, 서울에 사는 23세 여성이라는 구체적인 프로필을 기초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4개월여간 자연어 정보 수집·학습을 통해 목소리까지 갖게 됐다.

LG전자의 김래아보다 1년 더 일찍 세상에 모습을 알린 삼성전자의 가상인간 ‘네온(NEON)'은 상용화 수순을 밟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래기술 사업화 벤처 조직 ‘스타랩스'가 개발한 네온은 지난해 CES 2020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신한은행은 네온을 은행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삼성전자와 손잡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265일 돌아가는 ‘상담형 영업 현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수십조 ‘인플루언서시장' 잡아라... 해외서는 가상인간 마케팅 봇물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비지니스인사이더인텔리저스는 기업들이 인플루언서에게 쓰는 마케팅 비용은 2019년 80억 달러에서 오는 22년 150억 달러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때 로지와 같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시장 규모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시장에서는 로지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김래아와 네온, 아담까지 소환된 수준이지만, 전 세계에서는 이미 가상인간을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서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은 미국 LA에 사는 19세 팝 가수 ‘릴 미켈라'다. 2016년 등장한 브라질계 미국인인 미켈라가 지난해 벌어들인 돈만 130억 원(1170만 달러)에 달한다. 미켈라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04만 명이 넘었는데, 인스타그램 게시물 광고 한 개의 단가만 1000만 원(8500달러) 수준이다. 미켈라는 현재 샤넬, 프라다, 버버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모델도 맡고 있다. 삼성전자도 2019년 ‘릴 미켈라'를 활용해 갤럭시 S10 신형 모델의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세계 최초의 가상 수퍼모델인 ‘슈두'도 21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가상인간이다. 2017년 4월에 데뷔한 흑인 여성인 그는 큰 키와 매력적인 마스크를 지녔다. 일본 최초의 버추얼 모델인 ‘이마'는 글로벌 가구 기업 이케아 모델로 활동하면서 하라주쿠 이케아 매장에서 3일간 생활하는 동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가상인간 제작 봇물...메타버스 기업들 시장 개척 나섰다

카카오게임즈 계열사인 게임 개발사 넵튠은 가상인간과 관련한 전문 기업들을 줄줄이 인수하며 시장 개척에 나섰다. 넵튠이 지난해 인수한 온마인드는 가상인간 ‘수아'를 개발했다. 수아는 아이돌이라는 프로필이 부여된 인플루언서로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 틱톡 팔로워 수가 벌써 1만 5000명을 넘겼다.

넵튠은 최근 이 같은 디지털 아이돌 제작사 ‘딥스튜디오'와 ‘펄스나인'에도 투자했다. 딥스튜디오는 연습생을 설정하고 가상 아이돌 4명을 개발했다. 이 중에 ‘정세진'이라는 가상 캐릭터는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벌써 9만 명에 육박했다. AI 그래픽 전문기업인 펄스나인도 ‘이터니티'라는 가상 K팝 걸그룹을 데뷔시켰다. 신곡 ‘노필터'도 발매했다.

AI 가상인간을 만들려는 시도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퓨리오사 AI와 AI 오디오 스타트업인 타입캐스트가 영상·음성에 특화된 AI 반도체를 적용해 가상인간 콘텐츠 개발에 나선다고 밝힌 것도 대표적인 예다. 타입캐스트는 인공지능 성우 서비스로 현재 140명 이상의 AI 성우 목소리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이용자가 텍스트를 입력하면 가상인간을 통해 인공지능 음성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가상인간을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은 앞으로도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이커머스가 쇼핑업계를 장악한 상황에서 온라인과 메타버스 등 새로운 저변에서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활동할 신(新) 인플루언서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별한 구설에 휩싸일 필요도 없는 ‘항상 관리되는' 인플루언서라는 점도 브랜드들의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이며, 영원히 늙지 않는다는 특징도 광고주인 기업 입장에서 이미지 변화에 따르는 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어 장점으로 꼽힌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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