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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100년 역사의 은행을
4년 만에 따라잡다

#카카오뱅크#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6일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했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만 33조 원. 문을 연 지 1472일 된 이 은행은 세기를 넘나든 역사를 지닌 전통 시중은행들의 기업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오프라인 점포 하나 없는 ‘모바일 온리’ 뱅크는 전국에 수십, 수백 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점포1)를 거느린 은행들을 사뿐히 제치고 명실상부 ‘국내 최고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다. 기업 가치를 반영한 공모가가 매출과 영업이익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주식 시장에서 보여준 전 국민적인 뜨거운 반응은 이 같은 논란을 일시에 불식시켜버렸다.

글. 신무경 <인터넷 전문은행> 저자

1) 한국은행의《2020년 말 전국 금융기관 점포 현황》에 따르면 일반은행(시중은행, 지방은행 등), 특수은행(기업은행, 농협은행 등)을 포함한 전국 예금은행의 점포 수는 총 6454개다. 10년 전(7623개) 보다 15% 줄었다.

시중은행과 정확히 반대의 행보

4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의 경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가 영업을 개시했던 해인 2017년 당시 4대 금융그룹2) 의 시총은 78조 원에 달했다.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개념이 없었으니, 과장을 다소 섞자면 0 대 78조 원의 싸움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지난 시간 동안 골리앗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힘을 잃었다. 2021년 8월 현재 시총이 62조 원으로 기존 대비 21%가량 쪼그라들었다. 시장에 입증할 이렇다 할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아니, 가치를 잃어버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한 듯하다. 말 그대로 잃어버린 4년이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돌이켜보면 지난 1472일은 금융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비교 체험을 하게 해준 시간이었다. 시중은행 점포의 끝도 없는 대기 시간, 그렇게 기다렸더니 불필요한 상품 권유… 은행들의 횡포 아닌 횡포에 지친 이용자들은 더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았다. 그렇다고 느려터지고, (은행장이나 디지털 담당 임원이 바뀔 때마다) 줏대 없이 개편되는 온라인 뱅킹 앱을 찾지도 않았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오프라인으로 서류 들고 쫓아와 대출을 내준다는 개념으로는 무늬만 온라인인 은행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정확히 시중은행이 방기한 일들 중에서 안 하는 것만 골라 했다. 지점 방문 없이 5분여 만에 계좌 개설을 가능하게 했고, 공인인증서 없이 비밀번호만으로 송금, 조회를 가능하게 했다. 과감하게 수수료를 없앴고(면제), 26주 적금, 모임 통장과 같은 특색 있는 상품을 내놓기도 했고, 신용대출도 60초면 가능하게 했다. 카카오 고유의 캐릭터를 카드에 입혀서 다른 은행들이 갖지 못했던 은행의 정체성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고객들은 그제 서야 금융을 ‘불편한 것’에서 ‘편리한 것’이라 인식하기 시작했다. 금융을 진짜 서비스라 생각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고객들이 원하던 페인 포인트를 어루만져 주면서, 팬으로 만들었다.

2)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인터넷전문은행, 사회적 기대 책무 떠안아

2015년 6월,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을 추진하면서 내건 ‘한국형 핀테크 활성화’라는 대의 아래에는 금융 산업의 메기(혁신 유발자) 역할만큼이나 중요한 명분이 있었다. 저(低) 신용자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였다. 정보통신 기술(ICT)이 가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평가시스템을 고도화해 과거 신용평가회사가 제공하는 획일적인 기준에 의거한 평준화된 신용평가시스템을 벗어나 맞춤형으로 서민 금융(중금리 대출)을 지원해 서민 금융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금융 당국이 20여 년 만에 은행 신규 인가를 내주면서 대기업, 나아가서는 기성 금융 회사가 아닌 사실상 ICT 기업만 설립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쳐 준 점도 이들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실제 카카오뱅크 설립 주체인 카카오나 케이뱅크의 주체인 KT도 설립 인가를 낼 당시 자신들이 보유한 빅데이터 규모가 방대하다는 사실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정작 영업을 시작하자 이 같은 사회적 가치 제공은 후 순위에 뒀다. 카카오뱅크 대출금의 84.2%(2020년 6월 기준)가 고신용자인 1~2등급에 치중돼 있음은 이를 방증한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자 정부 당국도 나섰다. 2023년까지 인터넷전문은행에 신용대출 30% 한도 내에서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라 권고한 것이다. 점포도 없애고, 공인인증서도 없애며 혁신을 내세웠지만 빅데이터 기반 중금리 대출은 우선순위에서 미룬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출범한 지 4년 밖에 안 된 기업에 너무 많은 요구”라며 볼멘소리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실행됐거나 계획된 기업 공개로 사회적 책무가 커졌다. 이전처럼 모든 사안에 예외를 적용받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고객 가치를 넘어 소셜 밸류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이 촉발하는 혁신의 바람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올해 2분기(4~6월)에 사상 첫 흑자를 달성했다. 2023년에는 상장을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업 가치를 10조 원 안팎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3호 토스뱅크는 9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어찌 보면 금융산업의 혁신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시중은행의 하향세는 더 가팔라질지 모른다.

다만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태동하던 2015~2017년의 금융 산업의 시대 정신은 규제에 가로막힌 핀테크 업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핀테크 업체들의 모기업인 플랫폼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사상 최대치를 연일 갱신하면서 과거와 같은 약자 프레임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됐다. 더군다나 카카오뱅크 상장 성공으로 더 이상 스타트업이라는 포지셔닝은 불가능해졌다. 벌써부터 은행권을 중심으로 ‘메기가 아니라 상어’ ,‘포식자’라는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답은 늘 그렇듯 고객에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제공하지 못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매우 적은 수의 고객이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단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무 건전성과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나아가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소외 계층도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고객 가치, 이를 넘어 소셜 밸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활발한 소통이 필요하지 않을까. 기대가 너무 크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이래 늘 기대 이상을 충족시켜줬기에 우리는 더 큰 기대를 가져본다.

※ 본문의 견해와 주장은 필자 개인의 것이며, 한국벤처투자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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